항해자의 조건
항해자는 목적지를 안다. 하지만 경로는 모른다.
바람의 방향, 조류, 날씨 — 모든 것이 변수다. 항해자는 이 불확실성 속에서 매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한다. 완벽한 정보가 갖춰지기를 기다릴 수 없다. 배는 항구에 멈춰 있을 수 없다.
기획도 그렇다.
불확실성의 두 종류
기획 과정에서 만나는 불확실성에는 두 종류가 있다.
1. 알 수 있는 불확실성
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면 해소된다. 사용자 인터뷰, 데이터 분석, 경쟁사 조사. 이 영역에서는 조사를 미루는 게 가장 나쁜 선택이다.
2. 알 수 없는 불확실성
아무리 조사해도 확신할 수 없다. 사용자가 새로운 기능을 실제로 쓸지,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. 이 영역에서는 결정을 미루는 게 가장 나쁜 선택이다.
기획자의 역량은 이 두 종류를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.
항로 설정의 원칙
항해자가 경로를 설정할 때 따르는 원칙이 있다.
방위각을 먼저 잡는다. 정확한 좌표보다 방향이 먼저다. 방향이 맞으면 세부는 나중에 조정할 수 있다.
조류를 활용한다. 역류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. 현재 시장의 흐름, 기술의 성숙도, 조직의 역량 — 이것들과 싸우지 말고 활용한다.
중간 기착지를 만든다. 장거리 항해는 여러 기착지로 나뉜다. 기획도 거대한 단일 목표보다 검증 가능한 중간 마일스톤으로 쪼갠다.
기록의 이유
항해일지는 항해자의 핵심 도구다.
오늘의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, 어떤 가정 위에 세워졌는지, 무엇이 예상과 달랐는지 — 이것들을 기록하지 않으면 다음 항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.
기획자가 케이스 스터디를 써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.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판단을 기록하는 것. 그것이 이 항해일지의 목적이다.
항해는 계속된다.